전체보기196 복도 창문이 보여주는 풍경 목포나 완도에서 오는 배는 3~4시쯤 도착할거란 이야기는 빗나간 소문이었다. 새벽부터 강진을 출발해 아침 배를 탄 한결이는 1시 30분이면 도착한다고 전해준다. 오전 약속까지 잡고 느긋했던 터에 갑자기 마음부터 바뻐진다. 첫 월방학을 제주로 오는 한결이와 이를 손꼽아 기다려온 아들. 이들의 즐거운 시간을 위해 금요일 현장학습까지 신청하려면 점심시간에 담임샘을 만나야하는데... 맘이 급해 약속은 접고 점심시간에 맞춰 학교로 갔다. 아이의 교실 복도에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잠시 카메라에 복도와 창문밖풍경을 담았다. 살금살금... 한라산의 누워있는 옆얼굴선이 보이고 학교 담장 대신 서있는 소나무와 그 아래로 운동기구, 농구장, 살짝 걸쳐진 족구장(왼쪽아래), 육상 트랙이 보인다. 그 밑으로는 넓은 인조잔.. 2009. 3. 31. TV를 들였다. 몇년전 TV가 고장나 우리집에서 퇴출당하고 우린 대부분의 뉴스와 오락, 정보들을 인터넷에 의지해서 살아왔다. 가끔 별 말도 안되는, 알아듣지도 못할 이야기나 동작에 사람들이 박장대소해도 웃지못할 때가 있었지만 그건 대수롭지 않았다. 다만 정말 볼만한 프로그램을 볼 수 없을때 그 몇 번이 조금 답답했을 정도. 나도 나지만 한창 TV속 이야기들이 친구들과 화제일 아이도 덤덤하게 TV를 찾지않았다. 그 덕에 따뜻한 온정으로(?) 몇번쯤 중고TV들이 우리집으로 쳐들어올 뻔한 위기도 잘 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잘 피해왔었는데 지난 금요일 우리집으로 TV가 쏙 들어왔다. 왜 TV들은 멀쩡한 중고들이 넘쳐나는 것일까. 또 다시 중고TV의 상냥한 유혹이 있었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우리집 안방에 들어와버렸다ㅠ.. 2009. 3. 17. 낯선 곳 몸살을 앓았다. 마음이 먼저였는데 그걸 아는 척 안해주니 몸이 아프다 한 것인지. 낯선 곳은 역시 낯선 곳인가보다. 그 빛나는 아름다움들이 내 눈을 거리낌없이 찾아와줘도 선한 마음들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줘도 낯선 곳은 아무래도 얼마간은 낯선 곳인가보다. 2009. 3. 17. 여기, 제주 제주에 온지 한달. 넘겼다. 마흔을 넘긴 첫해에 치른 '전환점' 앞에서 아직 이렇다할 감상은 생기지 않았다. 가끔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이 내가 낯선 곳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할 뿐. 너무 바뻤다. 집을 청소하고, 수리하고, 주소를 변경하고, 길을 배우고... 손님을 치르고, 아이를 돌보고... 아이랑 친해지고... 오늘은 써늘한 감기 기운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한~참을 이불속에서 꼼짝 하지 않았다. 실은 며칠전부터 이래야했다. 둘둘 만 이불에 웅크리고 누워 생각이 가는대로 잡생각에 빠졌다가 또 제풀에 지쳤다가... 문득 내게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난 이 낯선 곳을 실감해야한다. 더 낯설어야한다. 괜히 친숙한 척 하지 말자. 기어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제 제주에서. 무엇으로. .. 2009. 3. 9. 이전 1 ··· 42 43 44 45 46 47 48 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