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온지 한달. 넘겼다.
마흔을 넘긴 첫해에 치른 '전환점' 앞에서 아직 이렇다할 감상은 생기지 않았다.
가끔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이 내가 낯선 곳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할 뿐.
너무 바뻤다.
집을 청소하고, 수리하고, 주소를 변경하고, 길을 배우고...
손님을 치르고, 아이를 돌보고... 아이랑 친해지고...
오늘은 써늘한 감기 기운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한~참을 이불속에서 꼼짝 하지 않았다.
실은 며칠전부터 이래야했다.
둘둘 만 이불에 웅크리고 누워 생각이 가는대로 잡생각에 빠졌다가 또 제풀에 지쳤다가...
문득 내게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난 이 낯선 곳을 실감해야한다. 더 낯설어야한다. 괜히 친숙한 척 하지 말자.
기어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제 제주에서. 무엇으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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