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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코로나백신 1차 접종(feat.주사바늘공포증)

by 파란비 2021. 8. 16.

주사바늘 공포, 이것만 아니었다면 나도 어떤 이들처럼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더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난 그럴 여유가 없었다. 병원에 갔다 갑작스럽게 주사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대놓고 주사 맞을 날짜를 정해야 하는 기분은;;
그리고 하루 하루 다가오는 날짜라니.. 주사실에서 간호사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기분ㅜ.ㅜ
백신 접종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고 했고 주사 맞고 '어, 괜찮네' 했던 기억들을 되살리려고 노력했던 날들이었다.

어제는, 미리 의료진에게 주사바늘공포증을 이야기하고 내 식구의 손을 잡고 있겠다고 양해를 구해야겠노라 계획을 짰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좋아하는 배우, 키키 키린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가지고 가서 주사 맞기 전까지 읽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계획대로 정신 분산을 위해 출발 전부터 읽었다.
아차, 신분증. 안가져갈 뻔.

1시 40분, 2시 예약 시간에 맞춰 20분 미리 도착한 병원 대기실에 아직 아무도 없다. 주사바늘 공포를 이야기했더니 간호사님 손을 잡아주시겠다고.. 마음이 사르르 편안해진다. 계획대로, 가족의 손을 잡고 싶은데 진료실에 같이 들어가도 되는지 물었더니 활짝 웃으며 괜찮다고. 또 마음이 사르르...

진료실, 의사선생님 앞에 앉으니 자동으로 진땀이 난다. 또 시작이구나. 주사바늘공포증을 이야기하니 손을 잡고 있어도 된다고. 손을 슬쩍 잡았다 사전에 체크한 내용들을 일일이 확인하셔서 다시 놓았다.

이어 백신접종후의 부작용과 그 대처에 대해 상냥하게 설명하는 의사선생님 덕분에 살짝 나던 진땀이 마르는 듯. 주사를 왼쪽에 맞을 것인지, 오른쪽에 맞을 것인지 묻고 바로 주사기를 손에 드신다. 엇.. 엉겹결에 팔을 걷어올려 옷을 잡느라 손을 못잡는데... 하는 순간, “걱정 말아요. 개미가 살짝 문 느낌 정도에요”라고. 그렇게 말할 때 이미 주사를 끝낸 상태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 등이 땀에 젖지 않았다!!
이렇게만 주사를 맞는다면 또 올 것 같다는 느낌이(느낌만)

주사후 작은 밴드를 붙여주셨다. 그 밴드 때문에 약간 당기는 느낌, 그리고 아무 느낌도 없었다.
2시간이 지난 지금은 주사 부위 아래 팔이 약간 묵직한 느낌, 통화 때문에 휴대폰을 들고 있으면 주사 부위인 팔뚝까지 묵직한 느낌 정도. 굳이 느낌을 느끼려고 노력을 해서 느껴지는지도.

코로나 백신, 원하는 모두가 평화롭게 맞게 되기를.

추가) 백신 접종후 4시간 경과... 주사맞은 팔에서 열감이 느껴진다. 근육통도 묵찍하다. 신경쓰이네.

4시간이후부터 6시간까지 2시간동안 열감과 약간의 근육통이 있었다. 그 이후엔 점점 옅어져서 10시간이 지난 지금은 별다른 느낌 없다. 다만 팔을 머리위로 들면 묵찍하다. 화이자는 2차가 좀 힘들다는데 70대의 엄마도 거뜬히 이겨냈다. 진즉 맞았던 엄마의 조언은 백신접종 1주일전부터 무리하지 말라는 것, 특히 무거운 것 들지말라고. 주변분들의 경험까지 버무러진 이야기니 새겨들었다.

독감접종 안했던 이들은 더 힘들다는데 의무접종말고는 맞아본 적이 없는 난데 괜찮다.

예약전에 난 내가 갈 수 있는 접종기관들의 후기를 모두 찾아봤다. 실제 예약시 가장 좋은 평점이 있던 곳은 이미 마감이 돼 놓쳤지만 내가 선택한 곳도 친절하다는 후기가 있었다. 그리고 소아과계열로 골랐다. 주사바늘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거의 매일 보지 않으실까싶어서.

1차 백신접종 전 몇일동안(3~4일) 잠을 실컷 잘 잤다. 이른 시간에 잤는데도 아침해가 뜨고 한참이 지난후에 일어나 뭔 잠을 이렇게 많이 자나 싶었는데… 백신접종 당일, 밤을 꼬박 샐뻔 했다. 블라인드 사이로 먼동이 터오는 듯. 5시였던가… 그리고 까무륵 잠에 빠졌고 서너시간 자고 온몸이 구타당한 느낌으로 깼다. 뭘까? 백신부작용? 아무래도 더 자야 할 것 같아 잠을 청해도 피곤은 쏟아져도 잠이 오지 않아 슬슬 집안일들을 해치웠다. 주사부위에 아이스팩을 수건으로 묶어놓고. 주사부위의 통증이 어제와는 다른 통증인데 뻐끈하다고 해야하나 뭐 그런 욱씩거림. 오후가 지나갈 쯤 그 통증도 사라졌다. 2차도 이렇게 잘 지나가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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