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이사온지 두달하고도 보름, 준서의 아토피는 말 그대로 뚝 멈췄다.
코와 눈을 끊임없이 긁어대던 것도, 코피를 흘리는 것도 아무런 처방 없이 그냥 뚝. 말 그대로 뚝.
심지어 밀가루 음식을 이렇게 즐겨 먹고 있는데도.
아토피로 겪어볼 고생은 다 겪었기 때문에 평소의 가려움증이나 딱지지고 벌게진 피부 정도는
일상으로 받아들일만큼 이력이 났다고 여겼는데
슬슬 심해지는 비염과 결막염으로 인한 코피와 충혈은 이력을 낼 수가 없었다.
이 놈의 코피는 한 번 흘리기 시작하면 쉬 멈출 생각을 안했고
흘렸다하면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흘려 내 혼을 쏙 빼놓기 일쑤였던 것.
그런데 그 요란했던 코피, 지금 흘리지 않고 있다. 이곳 제주에서.
충혈 또한 잠들기 전 졸음에 겨워 충혈된 것 몇 번 봤을 뿐. 그 덕에 시력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듯^^
이번 광주로의 4박 5일 여행으로 그 차이가 더 확연해졌다.
제주를 떠난지 이틀째 저녁무렵부터 기침을 시작하더니 서서히 마른 기침이 늘기 시작하고
4일째 새벽엔 코피를, 아침녘엔 훌쩍거림과 무한 코풀기 등장!
드디어 오후부터는 아예 대놓고 눈과 코를 긁기 시작한다.
그렇게 버티다 쫓기듯 제주로 돌아온 날.
긁고 긁어 붉게 자욱이 난 코를 하고 제주 공항에 내린 아이가 하는 말,
"제주에 오니까 기침이 멈출 것 같아"
"설마~~ 됐거든~~, 서서히 기침이 줄어든다면 모를까 제주에 왔다고 하루 아침에 멈추겠니."
.........
여전히 잠들기 전까지 기침을 하길래 모과엑기스 한모금 마시게 하고 재웠다.
다음날 아침에 등교하기 전에도 한 두번 기침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하교후 집에 돌아온 아이는 기침을 하지 않았다. 전혀.
지금은 긁어던 자국만 붉으스레 남아있는 정도.
뭐 공기와 수분, 황사, 아이의 몸상태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아이와 나는 제주로 돌아와서 한시름 놓았다.
이 녀석에겐 제주가 딱인가?
그럼 제주에서 태어난 아토피 아이들은 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