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을 보내고 조용한 숙소의 창가에 앉아 부엉이를 만들었다.
이때가 도쿄 여행중에 가장 한가했던 시간 아닐까. 이때까지만 해도 난 평화로웠다.
창밖으로 보이는 고쿄를 가보기로 했다.
일본 천황의 거주공간인데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구역도 있으니 그곳을 먼저 가보자라고 발을 내딛은 것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해자로 둘러싸인 구역을 한참을, 정말 한참을 걸어야했다. 몸상태가 좋았다면 여유있게 걸었을 것 같은데
몸상태가 좋지 않으니 계속 걸어야하는 것인지 내 자신에게 자꾸 묻고 있었다.
이 질문에 시원스레 답변을 해줄 수 없었는데 그럼 어디로 가야하고 어떻게 가야할지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과연 걷지 않고 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것이고
비싸다는 택시를 잡아탈 배짱도 없었다.
40여분 정도 걸어서야 드디어 히가시교엔이라는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구역으로 들어왔다.
입장할 때 번호표를 주는데 이게 종이가 아니다. 몇번이고 재활용해서 쓸 수 있는.
어쨌든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고 있지 않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올때 이걸 다시 주고 나온다. 내 번호가 한 4백 몇 번이었던 것 같은데... 입장 인원일까?
히가시교엔에서 가장 높았던 곳, 독특했다. 넓은 공원의 둘레의 나무와 그 보다 더 높은 빌딩들...
마루노우치의 직장인들은 점심이면 도시락을 들고 와 여기서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한때 내 직장이 경복궁 근처였지만 난 한번도 경복궁에 가서 점심 여유를 즐기거나 퇴근후의 산책을 즐긴 적이 없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런 꿈조차 꾸지 못했었다.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이야기다. 그때의 나는 여유따윈 필요하다고 못느끼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직장인이라면 언제나 그렇지 않을까. 자의든 타의든.
히가시교엔은 5시면 닫는다. 30분 전쯤부터인가 관리인들이 공원의 방문객들에게 나갈 준비를 하라고 얘기하고 다닌다.
남아있는 시간이라도 느긋이 발을 쉬어줘도 됐을텐데 맘이 급하다.
그렇게 또 걷고 걸어서 두어시간 전에 걸었던 곳을 다시 걷게 되었다.
마루노우치를 통과해서 도쿄역으로...
한 정거장이고 가깝다지만 지금 내 다리로는 무리인데 미친듯이 걷기만 한다.
도쿄역 도착, 근처의 카페를 들어가볼 생각인데
한가롭게 맥주(낮술!)를 마시고 있는 그들 사이로 끼어들지를 못하겠다.
말도 안되고...
그래서 몇 개의 카페를 지나쳐서 겨우 발견한 공간.
쇼핑몰들의 사이에 작은 공원으로 쏘옥 들어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벤치에 앉았다.
민달팽이가 내옆에 불쑥 나타나 한참을 머물다 다시 쓰윽 사라졌다.
만약 일행이 있었다면 이 친구를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그리고 계속 바라보지 못했을지도.
커피 한 잔을 다 털어넣고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오늘은 조금만 보자. 도쿄시청 야경이다.
그리고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는 것으로 하자.라는 맘으로 출발했다.
도쿄시청이라면 가는 법이 정말 잘 설명된 책자가 내 손에 있지 않은가!
책을 믿은 것이 실수였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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