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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도쿄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by 파란비 2016. 9. 19.

 

 

비행기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두꺼울 것 같던 유리창이 얇게만 느껴지던 때다. 그러더니 살짝 주마등이 스친다.

대범해지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공포를 피하는 방법이었을까. 난 삶의 마지막으로 늘 성큼성큼 걷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며 '죽음'을 늘 준비해왔던 것처럼 담담해질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비행기의 흔들림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잦아들었다.

 

잦은 실수를 한다. 엉뚱한 단어로 얘기한다던가 뭔가를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욕심이 많아진 것인지 모른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해치우고 싶은 욕심탓이다.

이번 여행 준비는 부족했고 욕심은 못버린 여행이었다. 다만 종종 꿈꾸었던 혼자만의 여행, 드디어 해냈다. 위험하지도 않았고 혼자라는 것을 실감하고 문득 두려워지지도 않았다. 상상 이상으로 안전한 여행을 했고 그토록 불안해했던 것들을 여행중에는 한번도 떠올리지 않았다.

길 찾느라 바빴고 내 사정으로 주변의 사정은 살필 겨를이 없었다.

 

위협, 위험에서 해방되었다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나만 쫓고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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