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틈틈이 긴 길을 걸었던 내 다리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긴 계단길에서는
팍팍하다고 칭얼거렸다.
내 다리가 그러는데 아이 녀석은 오죽했을까.
산을 오른다는 느낌보다 계단을 오른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드는...
요즘 산들은 다 이런가..
그럼에도 이 등산코스가 꼭 걸어봐야할 코스인 것은
계단을 얼마쯤 열심히 오르다 첫번째 숨을 고를쯤이면
제주도의 남쪽과 서쪽, 그리고 북쪽까지 훤희 보여주기 시작한다는.
멀리 마라도, 가파도, 형제섬, 송악산, 협재 앞의 비양도.. 제주시의 아파트들까지..
거기다 오르막길 오른편으로 펼쳐지는 한라산 자락의 아름다움이 계단마다 멈춰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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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세오름휴게소에서 잠시 컵라면과 커피를.
아이는 이제까지 먹었던 것중에 가장 맛있다고 남벽분기점을 다녀와서는 하나 더 먹었다.
윗세오름휴게소에서 파는 커피를 500원에 사서 마셨는데 너무 아쉬운 맛.
다음엔 커피를 담아가는 수 밖에.
컵라면에 물을 부어놓고 영실코스와 어리목코스의 중간에 있는 오름을 - 아마 그곳이 윗세오름이려나 -
바라보는데 노루 한 마리기 폴짝 폴짝 가볍게 뛰면서 능선을 넘어간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노루를 세 번 볼 수 있었다.
휴일답게 등산객들이 많았는데 다들 윗세오름에서 다시 되돌아가거나
어리목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잡은 것 같다.
차때문에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수 밖에 없어서 어리목은 대충 50m쯤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남벽분기점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순식간에 인적이 드문 등산로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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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벽분기점으로 가는 길, 저 벽만 넘으면 백록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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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벽분기점까지 다 가지는 못하고 중간에 다시 길을 돌아섰다.
아이의 끊임없는 유혹에 넘어가버린 것.
내려오는 길, 쉬엄 쉬엄 올랐던 덕분인지 다른 이들처럼 다리가 풀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들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고 푸념하면서도 쫓기듯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