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비오는 날 같이 걷자고 꼬드긴 녀석들이 있었다.
결국 오늘 그중에 한명과 태풍속을 걸었다.
삼실에 출근해서 부랴 부랴 초고속으로 오늘의 할일을 처리하고
점심을 인스턴트 스파게티로 해결한 후
달랑 비옷 하나만 걸치고 태풍속으로 걸어갔다.
혹시나 비가 그칠까봐, 태풍이 경로를 바꿀까봐 조마조마해하면서
도착한 외돌개, 7코스 시작점.
제주올레 안내소에서는 7코스가 돔베낭길이후부터는 통제되고 있다고 안내해준다.
돔베낭길까지 40분 정도 소요되는데 괜찮겠냐고.
간세다리로 놀멍쉬멍 왕복하면 3시간 걸리지 않을까 싶어 그냥 내처 걷기로 했다.
돔베낭길 이후엔 바닷길로 새로 길을 내었다기에 그 길이 궁금했었는데... 쩝.
바다는 우리의 바램대로 사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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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이 예쁜 잎이라고 발견한, 자세히 들여다 보니 비를 피하고 있는 작은 곤충, 한 녀석은 용감무쌍하게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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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돌개길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노란 출입통제선이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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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광의 명소 외돌개를 바라보며, 아니 파도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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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가 없던 외돌개길에 폭포도 깜짝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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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시시각각으로 더 거세어진다. 장대비는 비옷을 무색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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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벤치에 앉아 잘 걷게 해준 우리 발들을 기념하여. 그리고 아이가 빌려준 샌들(작년, 올해)까지, 소용은 없었지만. 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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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베낭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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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김장훈의 노래를 들었다. 그 한곡을 듣는 동안, 비는 몰아쳤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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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30분 걸려 드디어 돔베낭길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그 끝자락에서 걷지 못할 법환포구쪽을 사진에 담았다.
물론 파도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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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서서 출발점으로 걸어오는 길
드디어 귀가 열렸는지 파도소리와 바람소리, 빗소리를 구분할 수 있었다.
처음엔 어느 소리가 어느 소리인지 도통 구분할 수 없었는데..
파도는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았다.
날이 저물면서 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면 몇 시간이고 계속 쳐다볼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바다를 뒤로 하고 걷는 귀갓길,
초록초록 싱그러운 모습으로, 쌉싸름한 풀향기로 내내 길을 동행해줬던 숲도 한 컷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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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걸어보지 못했던 길이었다. 그러나 그 길을 동행은 그리 마음 편하게 걷지 못했을 것이고.
녀석이 자신의 바램을 이루기를...
녀석의 행복한 웃음을 다시 보고 싶다.
빨간불 들어온 밧데리의 경고로 간신히 하나 찍은 동영상, 바람때문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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