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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제주올레 7-1코스

by 파란비 2009. 6. 2.

어찌하다보니 중간부분은 쏙 빼먹고 시작지점과 종점지점만 살짝 걷고 말았다.
별을 보러 꼭 가보고 싶었던 삼매봉 전망대, 결국 대낮에 올랐다.
탁 트인 경관과 시원한 바람이 오래 쉬었다 가고 싶게 하는 곳.
아이랑 다음엔 책을 들고 가 자리 펴고 읽다 오기로 했다.

삼매봉 산책로의 녹음은 밝고 진한 것이
모든 것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것 같았다.
소리도, 향기도, 햇살도, 아이도

아이는 이 짙은 숲길이 무섭다며 빠른 걸음을 재촉했는데...



월드컵경기장에서 엉또폭포로 가는 길은 조금 지루했다.
더불어 황량했다.
빈집과 농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감귤밭, 그리고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토지매입(?) 안내판,
2004년이란 년도로 봐서는 방치된지 꽤 오래된 동네란 것인데
언젠가는 포크레인이 들어와 모든 것을 다 파헤치겠지.
아름다운 길이 또 사라질 것이다.  

엉또폭포는 비 온뒤에 다시 가봐야할 곳. 물이 없는 폭포는 생뚱맞았다.

엉또폭포에서 고근산 가는 길로 방향을 잡아걷다 아스팔트길에 주저앉아버렸다.
뜨거운 햇살이 발바닥을 달구고 몸을 달궈 노곤하게 한다. 

 저 길로 우리만 걸어온 것이 아니라
바람이 먼저 걷고 있었다.
갈짓자 걸음에 유쾌한 장난기를 잔뜩 부리며.


한참을 쉬었는데도, 그늘만 보면 쉬었는데도 내리쬐는 햇살에 고근산 입구에서 길을 멈췄다.

푹~ 잘 쉬었다. 길 위에서. 올레 7-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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