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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제주에서 만나는 한결이

by 파란비 2009. 3. 31.
1시 20분 제주항여객터미널에 정확히 도착했다. 길을 헤매지 않은 덕분^^
늦지 않았다는 뿌듯한 여유를 즐기며 지나가는 직원이 있길래 아무 생각없이 그냥 물어봤는데 이런 목포발 여객선의 도착은 5번 부두로 가야한단다. 부랴 부랴 다시 이동... 근데 또 7번 부두란다.
1번 부두에서 7번 부두라고 해봐야 일직선 도로를 끼고 한줄로 쭈욱 도열해 있고 그 간격도 가까워 맘 급할 필요없었는데 초행길에 아이보다 늦을까 가슴이 두근 두근. 배의 입항이 늦어지면서 한참을 기다려도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중학생 한결이를 상상하는 것이 이제 시큰둥해졌을때 휴대폰이 울렸다.
'이모 어디 계세요?' 2번 부두에 있단다. 부리나케 달려간 2번 부두 출입구 사무실, 생뚱맞게 차량의 출입을 막으며 여객터미널로 가란다. 결국 한결이는 완도에서 출발한 배를 탓던 것이고 난 목포에서 출발한 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렇게 한결이를 만났다.
근데 왜 이렇게 어색해하지? 2학년, 3학년 선배들이 보고 있어서 그런가. 재빨리 작별하고 집으로 출발.
어색함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것 저것 대화를 시도했는데 엉성한 대답뿐ㅜㅜ
그러다 들려오는 "휴~"
'뭐지, 내 질문이 귀찮은건가.' "왜? 어디 안좋니"
"아뇨, 너무 경치가 아름다워서요."
오랜만이라는 시간을 급하게 뛰어넘으려 했던 이 아줌마의 마음까지 느긋하게 풀어놓는다.
성판악입구를 넘어서면서 시작되는 한결이의 이야기들.

축구부에 들어가 축구연습시간으로 별로 시간 여유가 없다는 것, 탁구에 푹 빠졌는데 (밥먹으면서도 탁구 생각만) 늘 붐비는 탁구대 상황으로 탁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아쉬운 상황에 대한 이야기, 택견선생님이 너무 무섭다는 이야기...
아침에 7시에 일어나서 9시 취침시간까지의 일정들.
준서가 늦봄에 내년에 들어와도 준서랑 얼굴 마주칠 일이 없을 거란다.

이야기 들어보니 시간 여유 없고 아쉽고 무섭고...
'그래서 늦봄에 간 걸 후회하니?'
그건 또 아니란다. 
즉 이런 것들만 빼면 너무 재밌는 생활이라는 것인가.
배멀미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들려준 한결이의 이야기들. 이걸 혜은언니가 듣고 싶겠지.




새벽길 출발하면서 먹은 빵조각과 배에서 먹은 과자가 하루 끼니의 전부였던 한결이와 용이식당엘 갔다. 흑돼지구이를 꼭 먹고 싶지만 멀미탓에 맛있게 못먹겠다하여 선택한 메뉴는 돼지고기 두루치기...
셋 다 더 이상 먹기 힘들 지경이 되어 찾아간 곳은 외돌개의 찻집 솔빛바다, 차 한잔씩 마시며 어떻게 4박 5일을 보낼지 의논했다. 그리고 잠깐의 바다 구경. 바람탓에 사진 몇 장 찍고는 빠져나와야했다. 그리고 서귀포 시내를 탁구장을 찾아 빙빙 돌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뒷좌석 한결이의 아쉬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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