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이 모였다는 촛불집회에 다녀와서 난 그에 대한 별다른 감흥은 없고
내 불쾌하고 복잡한 감정에 싸여있다. 벗어날려고 하면 할수록 흐름도 없이 복잡하게 얽히기만 하고 그렇다고 벗어놓을 수도 없이 새벽 3시 반이 되가도록 나를 괴롭히고 있다.
과일가게 주인부부와 싸웠다. 그리고 목놓아 울었다. 어디서 그런 눈물이 나올까 싶게 울었다.
울다 여기서 내가 울게 아닌데... 어쩜 사소한 실수인데 이 주인부부도 재수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아니 그래도 그 두부부는 너무 뻔뻔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목놓아 운 나도 참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다. 내 저항의 방법이 그것밖에 그땐 생각나지 않았으니.
나 많이 약해있나보다. 강해지자고. 난 강했다고 나를 다독인지 1시간도 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니.
휴... 날 어떻게 달래야할까. 내 삶을 뒤집을 수는 없을까. 왜 내가 계속 어깨의 뭉침과 통증에 시달려야하고 복잡한 감정기복속에서 헛손질을 하고 있어야하는 걸까.
먼저는 내 몸의 수분이 눈물의 원천이라면 죽지 않을만큼만 울어 그 수분 다 빼버리고 싶다.
설움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를 이 기분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이 가장 쉬운게 그거 일 듯도 싶다. 간혹 삐쭉 삐쭉 흘러나오는 눈물이 다 말라버리면 더 이상 이 소모적인 감정싸움이 계속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지금 이 상태에 와 있는걸까.
사춘기마냥 화나고 불안하고...
40년동안 묵혀둔 상처를 아빠에게 말하지 못해서 일까. 당신에게 얼마나 화났는지 아십니까.
당신이 나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아십니까라고 말하지 못해서.
당신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근데 그만큼 지금은 제가 밉습니다.
그래 난 지금 내가 밉다. 왜 이렇게 내가 미울까. 내가 참 못나보인다.
나에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다들 겪는 일인데 나 왜 이렇게 힘든걸까.
그냥 예전으로 돌아가면 안될까. 가끔 실수도 하고 후회도 하고
왜 과거의 일들이 망령처럼 되살아나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지.
왜 그 슬픔이 다시 밀려와야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뿔뿔히 흩어진 기억들뿐인데.
이제 너무 옛날이 되버린 일들인데.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