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

영월에서

by 파란비 2013. 12. 4.

토요일 오후, 간단한 짐으로 출발했다.
영월, 청령포와 동강으로 내 기억에 또렷이 새겨진 곳. 사진으로, 이야기로 들은 청령포는 첨 들었던 때부터 내 마음을 꽉 붙잡았는지 늘 가고싶었다.
드디어 그곳으로 가는 길..

청령포 근처 장릉이라는 곳을 목적지로 잡았다.
도착시간이 저녁시간으로 영월 맛집을 검색해서 나온 식당이 장릉 맞은편..
부지런히 달려 도착한 목적지는 어둠이 깔린 겨울저녁. 그래도 7시를 갓 넘긴 시간인데 맛집으로 찍고 달려온 식당이 불이 어둡다.

쭈삣쭈삣 들어선 이들에게 주인아저씨는 영업이 끝났음을 알렸다. 비수기라 손님이 없어 일찍 닫는다고...라면서 먼길 온듯한데 주방에 묻는다. '두사람 받아도 되겠습니다.' 덕분에 약초들을 저녁식사로 실컷 먹을 수 있었다.
향기가 잔뜩 입으로 들어가는 식사..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나가려는데 아저씨는 커피도 한잔 하고 쉬엄쉬엄 가도 된단다. 문닫고 주인장들 식사할려는 때에 들어온 터라 서둘렀던건데 눈치 채셨는지^^

 

 

서울에서 이사와 소일거리로 시작했던 식당이 커진 이야기며 효소를 담는다는 이야기, 약초들을 장아찌로 담그는 이야기를 듣고.. 내년 여름에 오면 더 좋은 약초반찬을 주시겠단다. 잘 기억해놓을테니 그래도 혹여 기억을 못하면 꼭 얘기해서 챙겨받으라는 아저씨.. 다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밥맛보다 주인의 따뜻함이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장릉이 바로 단종의 릉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침. 안개가 끼었다. 계절과 안개때문인가.. 청령포는 아쉬웠다. 비수기가 왜 비수기인줄 알겠다. 막상 배를 건너 청령포로 들어섰을때 쭈욱 쭈욱 뻗은 소나무들의 기운과 향으로 위로는 되었지만...

맞은편에서 본 청령포는, 헉 어색하다. 내가 그리던 이미지는... 어디론가 날라가고 그냥 작은 하천 너머 숲.

일찍 나섰는데도 단체관광객들과 길을 같이 하게 됐다. 아 그분들의 수다는 왜 공기를 흔드는걸까. 걸음을 늦추고 늦추서.. 그들이 떠난 청령포에 남으니 청솔모가 보이고 소나무를 휘감는 안개가 보인다.

 

 

다시 장릉으로 나아갔다. 지명인줄 알았더니 단종의 묘가 있는 곳. 역사 공부라도 하듯이 전시관부터 하나 하나 다 보느라고 그곳을 둘러보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내버렸다. 그래서 계획했던 곳중에 고씨굴만 가기로... 천연동굴 참 재미있는데 아쉬운 것은 다시 만난 단체관광객들... 목청좋은 목소리로 공기를 흔드는 것뿐만 아니라 술냄새까지 덤으로 덥썩 덥썩 안겨주시니 좁은 동굴에서 피할 길이 없었다.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개비 가방  (0) 2014.01.02
동춘서커스  (0) 2014.01.02
빵과 스프와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0) 2013.11.28
11번째 집  (0) 2013.11.28
잠깐 본 게 첫눈  (0) 201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