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결이와 이틀째

파란비 2009. 4. 3. 16:19
어젯밤 일찍 잠든 녀석들, 이른 아침부터 재잘거리고 논다.
일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신경이 쓰여 왠만하면 오늘과 내일은 야외에서 보내기로 한 날.
낼은 제주올레 12코스 개장행사를 가기로 했기에 오늘 왠만한 나들이는 다 해야한다.
먼저 바람이 세지기 전에 열기구를 타기로 했다.
지상 150m 상공까지 올라간 열기구는 흐린 날씨였지만 하늘에서 제주를 내려다볼 수 있는 독특한 즐거움을 주었다.
둘 다 별 말도 없이 묵묵히 하늘에서의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찾아간 정형외과, 걱정과는 달리 한결이의 발은 별다른 치료가 필요없었다. 다만 한결이 오른쪽 발등과 왼쪽 발등의 튀어나온 부분이 그 높이가 다르다는 것, 오른쪽 발이 좀 더 높은데 생활하는데는 지장 없단다. 오른쪽 발등이 더 튀어나와 축구를 무리하게 하면 좀 아프겠지만 그것도 점차 적응하면서 불편한 것 모르게 살게 될 것이라고...
엑스레이사진을 설명하던 의사가 마지막에 한 말이 오히려 앞으로 주의해서 살펴야하는 것. 왼쪽발의 새끼발가락 밑부분(바깥쪽)에 쓸데없는 뼈조각이 있단다. 이 뼈조각이 더 자라난다면 수술을 해서 제거해야한다고. 지금은 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으니 신경쓰지말고 그런 뼈조각이 있다는 것만을 잊지말라고 한다. 그러다 왼쪽발을 불편해하면 그때 다시 검사하라고.

병원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고 말았다. 12시가 다 되어간다. 
쇠소깍은 들리지 않고 우도로 곧장 가기로 했다. 바람이 불고 하늘은 여전히 흐릿하다. 
한결이가 멀미로 힘들어한다.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뒷좌석에서 축 처져있는 것이 심상치 않다. 쉬는 것을 아까워해 계속 내처 달려는데 어느새 잠이 들어있다.
성산봉을 앞에 두고 잠시 바람을 쐬도록 했더니 둘이 한참을 해안가에서 놀다 온다.

이 날따라 단체 손님이 우루루 몰려와 우도로 가는 배가 증편이 되어 1시 30분 배를 탈 수 있었다.
아이들은 배뒷전에서 부서지는 하얀 포말만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쫄깃 쫄깃한 호박엿을 입에 가득 물고. 

얼마전에 읽은 어느 블로거의 우도 여행 4가지 중에 한가지였던 우도관광버스를 이용해 섬을 한바퀴 일주하기로 했다.
그리고 후회를 실컷 했다.  

관광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다음 버스는 1시간 뒤라니. 버스만 믿고 별다른 사전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 후회막급.
그냥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굳이 일주를 해야할 필요가 없었는데.
우도의 돌담은 제주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그걸 창문밖으로만 지켜봐야했다.
우도의 들판과 하늘과 바다를 버스 시간에 쫓겨 몽땅 놓쳐버렸다.
지두청사(섬머리, 등대박물관 앞 언덕)에서 말달리고 동안경굴과 서빈백사를 15~20분만에 쫓기듯 감상하고 우도를 빠져나왔다. 우린 그나마 우도에서 점심을 먹으며 약간의 한가한 시간을 보냈는데 배에서 내려 우루루 관광버스에 올라탄 이들은 대체 무엇을 봤다고 할 수 있을까.

운전기사의 입담은 농으로 걸지지만 그 서운함을 대신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우도를 나와 드디어 한결이가 제일 먹고 싶어했던 흑돼지구이를 먹으러 새섬갈비로.
녀석들... 쫑알 쫑알거리며 얼마나 잘 먹든지. 신난 녀석들 오늘밤 12시까지 놀 계획을 세운다. 낼 올레길을 갈 수 있을까. 갈 마음이 있기는 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