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결이와 세째날

파란비 2009. 4. 3. 17:56

늦잠을 푸욱 자고 일어난 아이들, 올레 걷기는 아쉬움 한조각 없이 잊어버리고 하루를 집에서 쉬겠단다.
어제의 빡센 일정에 지쳤나보다. 그렇게 게임과 만화책으로 하루를 다 보내려나 했는데 온천을 가겠다고 한결이가 나선다.
온천은 이제 질색인 아들 녀석은 시큰둥, 그래도 형이 가겠다니 다소곳이 따라나선다. 
산방산 탄산온천, 지난 1월 제주에 왔을때 숙소가 온천 바로 옆이라서 들렸던 곳이다.
탄산 원천수에 들어가면 온몸에 기포가 달라붙어 생긴다. 사이다처럼. 지하에서 끌어올리는 이 탄산 원천수는 사람의 체온보다 낮기에 탕안으로 막 들어앉으면 한기가 몰려오지만 기포에 의해 열이 생기는지 조금 있으면 한기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탕안에 오래 앉아있어도 불편하지 않아 좋다. 뜨거운 열기에 숨이 차거나 현기증이 날 일이 없다. 
이곳을 다니기 시작할 무렵엔 무릎관절과 어깨 등이 물속에서 시끈시끈 했는데 요즘은 크게 별다른 느낌이 없다. 
물이 변한 것인지 내 몸이 변한 것인지. 
 
후다닥 나올 것 같았던 녀석들이 10분을 늦게 나온다.
그런데 간식으로 사먹은 구운 계란때문에 사단이 났다. 계란이 제대로 구워지기도 전에 급하게 달라했다는데 이게 아이들의 예상보다 훨씬 덜 구워진 그야말로 반숙도 아닌 상태의 계란. 억지로 그걸 몽땅 먹은 한결이는 도와주지 않은 준서를 원망하며 배속의 머쓱거림을 호소했다.
아무래도 한결이의 뱃속이 수상하다. 멀미도 너무 오래가고 비위도 넘 쉽게 상한다.  
결국 따보기로 했다. 오늘은 순순히 따겠다고 손가락을 내민다.
첫 월방학을 제주로 찾아온 아이가 좀 더 편안하고 건강하게 있었으면... 진즉 따줄것을.  

돌아오는 길 한결이의 학교이야기~
음악수업이 거북한 것은 노래를 잘한다고 선생님이 자꾸 노래를 시킬까봐 걱정이 되어서고
친구를 직접 놀리고 그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해주거나 싸우면 교장샘과 면담을 해야하는데 한번 면담을 했다는... 그래서 이젠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종교 수업 선택에 대한 선배로서의 팁. 먹을 것을 주는 쪽을 선호하는... 아이가 그렇게 종교를 선택할 수 없다고 답변하자 한결 왈 '늦봄에 오면 다 그렇게(음식을 밝히게) 돼' ㅋㅋ

아들 녀석은 늦봄에 가는 것으로 맘을 굳힌 것 같다.
한결이가 들려주는 입학준비과정과 학교에서의 주의사항에 심취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