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이사준비

파란비 2009. 2. 27. 00:47
언젠가 나는 또 이사를 해야한다.
그때를 위해 그동안 이사에서 경험한 것들을 잘 추려서 앞으로는 실수가 없도록 조금씩 조금씩 정리를 해나갈 생각이다.

집을 구할 때
벽지(벽구석, 방바닥 모서리들), 도배(곰팡이) 상태를 잘 점검하는 것은 기본.
보일러는 언제 설치한 것인지... 보일러가 잘 되는지도. 

이번에 이사한 집은 갑작스런 보일러 공사로 인해 
며칠을 애쓰고 청소했던 뒷베란다가 이사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다 뒤집어졌다.
작은방 보일러가 되지 않고 있었던 것! 몇개월 사용을 안해서 모르고 있었다. 집주인 그들도.  

물은 잘 나오는지... 집주인에게 어떤 하자가 있는지 집요하게 물을 것.
창문과 문들의 상태도 점검할 것 - 지금 고생 중ㅜㅜ 문짝이 맞지 않는다는ㅜㅜ 문틀이 내려앉아.  

대강의 청소 부탁 - 깨끗하게 쓸고 닦아달라는 얘기가 아니라 버릴 짐은 확실히 버려달라는. 이것도 지금 속을 썩히고 있다. 
이제는 마음을 비웠지만 버리고 간 짐들 뒷처리까지 해야하다니... 동사무소 신고하고 돈내고 낑깅대고 옮겨야하고.
굳이 버리기 아까워 들어오는 사람이 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물어보기나 하지.

이렇게 발견된 문제들의 보수는 언제까지... 입주후에 보수가 완료된다면 나중에 계약서에 기재까지...
하자 종류에 따른 입주후의 집주인의 책임도 기재하면 더 좋고.
1년 전 이사에서는 중개업자가 대충 기재하길래 뭐 그 정도까지 했는데 나중엔 좀 더 꼼꼼하게 써달라고 할 껄 하는 후회가...
그 집주인은 정말 귀찮아했다. 난 늘 죄짓는 사람마냥 눈치보면서 이야기해야했고.
바퀴벌레나 개미에 대해서도 물어보자. 뭐 요즘 없는 집이 어디있겠냐만은 이사 전 약을 한다든가(해달라든가) 하는 센스를 위해. 아 공과금이 얼마큼 나오는지도 물어볼 만한 것.. 특히 가스비는...

그런데 정작 난 그 많은 이사를 하면서 이렇게 집을 구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늘 돈에 맞춰 이사했기때문에 이런 내용들을 굳이 확인할 여유가 없었던 것, 어렵게 나온 집을 놓칠 수는 없었으니까. 금액만 맞고 대충 살만하면 O.K이 아니었나. 다음번에도 그럴 것 같은데...

윗 글을 쓴게 8일 전.
이사한지 한달을 훌쩍 넘어선 이번 집은 다시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거실벽에 물이 새고 까만 곰팡이가 핀다.
게다가 베란다에서는 천정 철골에서 타일이 떨어져나왔다. 
벽에서 들려오던 '똑 똑'거리던 소리는 더 요란해지고 다양해졌다.
그래도 공사를 의뢰하며 그 소리가 베란다의 천정 타일처럼 벽안의 철골과 시멘트가 떨어져나가면서 생기는 즉 건물의 여기저기가 갈라지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돼 그나마 다행이다.
소리는 점 점 커지고 이쪽 저쪽 가리지 않고 나면서 밤마다 은근히 뒷꼴이 땡기고 있었다.

그래도 정들었나. 이 집이 제법 마음에 든다.
오래되고, 귀찮은 일들이 생기고 새벽이면 요란한 벽소리로 잠을 깨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편한 느낌이다.
오랫동안 살아온 집처럼 그 삐꺽거림이 틀어짐이 편하다.
다만 이 '똑'소리만 제발 좀 빼고. 어느땐가 멈춘다는데 언제쯤 멈출까. 뭐 그 전에 익숙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소리에도 건물은 아직 끄떡없단다. 

근데 진짜 20년밖에 안 된 건물 맞나. 아무래도 30년은 족히 넘었을 것 같은 포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