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창문을 뒤흔들던 비바람은 아침녘에야 잦아들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랑 함께 하기로 했기때문에 새벽 4시에야 잠들었다는 것을 핑계로 늦잠을 자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오전 10시경까지도 비가 좀 내리는 듯 했다. 11시가 되면서는 종종 환한 여름 햇살이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태풍의 영향권이기에 오늘까지는 흐린 날씨로 여기고 대충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올레 12코스를 걷기로... 다만 거의 18km에 달하는 짧지 않은 길이기에 아이가 질색하는 숲길은 과감히 잘라내기로 했다. 12코스의 오름인 농낭봉을 잘라낼려니 출발지는 신도리 산경도예. 총길이는 11km로 줄어든다. 오랜만에 길을 나서는 녀석은 예전 버릇처럼 즐거운 이야기들을 계속 퍼부어주긴 했지만
예전보다는 못한 것이 사실이고...
미친과 파친에 대한 이야기며.. 또 날 웃게 했던 이야기들이 뭐가 있었더라...
산경도예는 아주 가볍게 둘러보기만 하고(쥔장도 없는 곳을 편하게 죽치고 보기가 어려웠다는)
신도리를 통과하여 바당으로 나아갔다.
신도리에는 벼가 밭에서 자라고 있었다. 벼밭은 처음이라 벼가 아닌가 계속 망설였는데 나중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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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햇빛은 어제 태풍이 불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따가웠다.
정자가 나타날 때마다 쉬었는데
신도포구에서는 아예 낮잠까지 청하기로 했다. 무리해서 갈 이유는 없으니까. 시간은 넉넉하다. 저녁놀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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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자고난 아이랑 수월봉을 목표로 걸어가는데 오후 4시의 햇살도 맨살로 받아내기 어려웠다.
마을을 잠시 돌아 밭길을 걸어 수월봉 정상..
오는 내내 화장실도 없고 물을 보충할 만한 장소도 보지 못했기에 정상에 있을 매점만 믿고 걸어왔는데
야속하게도 매점문은 닫혀있었다.
빨갛게 익은 얼굴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지역분에게 염치없이 근처 가게까지만 차를 얻어탈 수 있기를 부탁드렸고
너무 지쳐보였는지 친절한 이 분 차가 주차되어 있는 도예공방까지 가잔다.
여기서 올레 12코스의 걷기는 끝났다.
엉겹결에(?) 걷는 것은 접었지만 오늘의 목표인 저녁놀 보기마저 접을 수는 없어서
다시 12코스 길을 드라이브..
해가 져가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