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수학여행
파란비
2011. 4. 20. 10:20
어제 저녁, 3박 4일 수학여행을 위해 짐 싸는 것을 거들었다..?
분명 도와준다고(?)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내 식대로 짐을 쌀 것을 종용하고 있었다. 아뿔싸.
결국 아이는 짐들로부터 한발자욱 물러섰고 짐의 한가운데에 내가 남아버렸다.
이 자상한 엄마는 예상되는 불편함들을 내세워 아이의 계획(들어보지도 않았다)을 내 방식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왜? 괜찮다는(=감당할 수 있다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걸까.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나름의 준비를 하고 여유를 즐기는 아이의 계획을 또 손댔다.
불편함을 내세워 해야할 것을 주문했고 그것을 마지못해 해내는 아이를 봐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불편함을 해소해준 것에 대한 만족감이 아닌 찜찜한 불편함을 실컷 맛봐야했다.
집결장소, 아이들은 하나같이 아이가 거부한 여행용 바퀴달린 가방들을 들고 와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보조가방까지 매고...
아, 내 말을 들었다면 아이도 저 가방을 끌고 편하게 서있었을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아이가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버텼던 것들로 용돈과 바퀴달린 가방, 옷들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이 녀석 나에게 몽땅 밀리지 않은 것이다.
다행이다.
실컷 아이를 밀어붙여놓고는 정작 똑같은 아이들속에서 아주 약간 다른 아이를 보고 안도감을 느낀 것..
그것들이 없어서 아이가 결국 불편할지 불편하지 않을지 사실 알 수 없다. 다만 염려일 뿐.
난, 이런 염려따위로 아이의 계획들을 손질해버리고 있었는데
아이는 몇가지는 포기하지 않고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아침, 엄마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네가 얼마나 독립적인 아이로 자랐는지 알겠더군. 잘 다녀와'
'네'
제발, 불편함에 대한 염려로 성장을 방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