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클로버
어제 4시간 가량의 제주 걷기 덕분인지 아침에 일어나자 온몸이 삐그덕거린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시 누울 생각은 없고, 아침 준비를 하면서 베란다 청소에 돌입했다.
긴 청소막대기를 들고 또 다시 베란다의 큰 창문들을 닦기 시작했다.
언제쯤이면 베란다에 밴 곰팡이 냄새가 사라지게 될까.
이미 두어차례 크게 청소를 해댄 덕분인지 청소용지에는 다행히 물기만 잔뜩 배어든다.
그래도 구석 구석쪽에서는 시컴시컴한 곰팡이들이 묻어나고...
이웃의 토토로처럼 이 곰팡이와 먼지 녀석들이 스스로 이사갈 수는 없는 걸까ㅠㅠ
오늘은 그렇게 쉬엄쉬엄 하루를 보낼 생각이었는데
오후가 되니 온몸이 근질근질해진다. 대충 청소기로 집을 휘젓고 간단하게 짐을 꾸려 대문을 나섰다.
오늘은 아예 차를 이용하지 않기로...
걸을 코스가 집에서 가까우니 집부터 그냥 걷기로 했다.
오늘도 걷는 내내 아이는 즐거운 수다를 들려주었다.
아직 걷기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아서 가끔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귀여운 동행..
내가 보지 못하는 특이한 것들을 그 녀석은 본다^^
이중섭 미술관은 월요일 정기 휴관...
다만 옛집은 열려져 있었다. 당당히 집안으로 발을 옮겨 거침없이 그의 사진이 걸려있는 한쪽 방으로 성큼성큼...
뒤쫓아들어온 아이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며 주의를 준다.
'설마!' '다행히 내가 들어선 공간은 전시공간이었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는 푯말이 쪽마루가 있는 방문에 걸려있었다. 그럼 내가 들어설때 마루에 앉아 있던 분이 주인분ㅜㅜ
죄송하다는 인사도 못하고 서둘러 집을 빠져나왔다. 버릇없는 관광객이 되버린 것인가.
그집 지붕 뒷편에 떡하니 던져져 있던 음료수 캔의 주인이 되버린 것 같은 느낌...
제주도에서 이중섭, 그를 잘 만나보고 싶었는데
짧은 첫 만남부터 어긋난다.
제주 올때마다 들렸던 천지연의 윗길을 걸었다. 이런 길이 있구나.
보여지는 것만을 봐야했던 짧은 여행길의 관광지를 이제 조금 더 들여다본 느낌, 언제쯤이면 전체를 봤다할 수 있을까.
그렇게 걷다 네잎클로버 군락지를 만났다.
대체 몇 개를 딴 걸까. 아이는 오잎클로버까지...
클로버는 따는 동안의 행복이 간직될 만한 것 아닐까... 시큰둥했던 아이까지 길을 나선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